기사 메일전송
[기고] 기적이 아닌 기본, 소방차 길 터주기 - 오산소방서 재난예방과 지방소방장 김현민
  • 기사등록 2019-03-31 09:56:00
기사수정

김현민 오산소방서 재난예방과 지방소방장. (사진=오산소방서 제공)당신은 지금 금요일 저녁 6시 30분, 퇴근 길 꽉 막힌 2차선 도로에서 운전 중이다. 갑자기 뒤에서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번쩍이는 경광등이 보인다. 구급차가 출동 중이다. 과연 이 순간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필자는 며칠 전 오산시에서 통행량이 많기로 유명한 남촌오거리에서 구급차 출동을 따라가 본 적이 있다. 사이렌 소리를 크게 울리며 구급대원이 마이크로 구급출동임을 알렸지만 앞선 차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렇게 당신이 무심코 흘려들은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어떤 이에겐 살려달라는 처절한 아우성일 수 있다.


 ‘환자가 당신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신의 집이 타고 있다고 해도 비켜주지 않을 건가요?’ 라고 그동안 각종 매체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에 대해 많은 홍보를 해왔고, 전국 모든 소방서는 매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방차 길 터주기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소방차 길 터주기 생활화는 우리에게 아직도 먼 이야기이다.


 앞선 차들이 도로 양쪽으로 비켜주며 소방차 출동로를 만들어주는 영상이 가끔 TV뉴스에 나오면 ‘모세의 기적’이라며 대단한 일이라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기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긴급차량이 긴급출동을 하는데 앞선 일반차량들이 비켜주지 않는 상황이야 말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지 않나?


 물론 우리나라의 도로 여건이 모두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좁은 도로에 차가 너무 많이 막혀 소방차 길 터주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좁은 도로 상황에서도 가장 앞선 차부터 우측 길 가장자리로 비켜서고 그에 따라 모든 차량이 조금씩이라도 비켜주면 소방펌프차가 지나갈 수 있는 도로 폭이 충분히 생긴다. 이를 볼 때 ‘소방차 길 터주기’는 전적으로 운전자 의지의 문제이지 결코 현실의 문제는 아니다.


 소방차는 재난 현장의 허망한 죽음을 막기 위해, 재산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지금 구급차 안에 있는 사람이 나의 가족, 친구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국민이다. 지금 불타고 있는 집과 건물이 꼭 내 것이 아니어도 대한민국의 재산이다. 우리 국민을 살리기 위해, 우리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달려가는 소방차에게 길이 열리는 현상은 결코 기적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일상인 것이다.


 이제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소방차 길 터주기’가 더 이상 기적이 아니며,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행동임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방차 길 터주기의 생활화’에 대해 알려주고 강조해주기 바란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소방차 길 터주기를 생활화해서 허망한 인명피해를 막고, 불필요한 재산피해를 줄여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살기에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gginews.kr/news/view.php?idx=57547
  • 기사등록 2019-03-31 09:56:00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경기도의회 김완규의원 , 고양정 ‘한 표 줍기 운동’… 경기도의회 김완규 의원(국민의힘, 고양12)은 2025년 5월 26일(월), 일산서구(고양정)에서 시작된 ‘한 표 줍기 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의 거리 유세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유세를 하며 거리의 쓰레기를 함께 줍는 ‘플로깅 유세’ 방식이다.이번 운동은 고양시정 선거대책본부(총.
  2. 국민건강보험공단 오산지사, 아동복지시설에 따뜻한 마음 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오산지사(지사장 김가원)가 지난 13일, 가정의 달을 맞아 지역 아동복지시설인 예담사랑의집을 방문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이날 지사는 기탁금 30만 원을 전달하며 지역사회에 따스한 온기를 더했다.뿐만 아니라 지사 직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스승의 날 감사 편지 쓰기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평소 말로 다 전하지 ..
  3. 【특집2】지역주택조합, "내 집 마련의 지름길"인가? "위험한 도박"인가? [특집]수년 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주택조합(이하 ‘주택조합’)이 내 집 마련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 분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담금과 초기 투자 비용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많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주택조합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업 구조의 복잡성과 다양한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
  4. 6월 3일, 당신의 한 표가 역사를 만든다. 이제 내일로 다가온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오는 6월 3일, 대통령선거의 막이 오른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좌우하는 중대한 순간이다. 선거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우리가 어떤 나라를 원하는지에 대한 집단적 의지를 표출하는 자리다.사람마다 선택의 기준은 다르다. 정당의 철학을 ..
  5. 민주당 경기도당 ‘당 사칭 노쇼 사기 사건’ 경찰 고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총괄공동상임선대위원장 김승원)는 28일 경기도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사칭해 선거물품을 허위 주문하고 이를 수령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수 업체에 피해를 입힌 성명불상의 인물을 수원남부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날 선대위 김희경 법률대변인, 권혁우 대변인, 서혜진 당원대변인이 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