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경제】유난히도 춥고 길었던 겨울철이 지나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3월로 접어들었다. 따듯한 봄바람에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져 무작정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게 모두를 들뜨게 만드는 계절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우리는 따스한 봄을 즐기기 보다는 시기적으로 긴장의 고삐를 당겨야하는 형편이다. 바로 이맘때를 전후하여 대형 산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봄철에는 날씨가 건조하고 강풍이 많이 불기 때문에 산불에 취약한 시기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주말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가축 1,300마리가 타죽고 가옥 23채가 전소했지만 불은 강풍 탓에 19시간 만에 진화되었다.
최근 10년간 산불발생현황을 살펴보면 연평균 387건이 발생하여 734ha의 산림자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봄철에는 연간 산불건수의 절반정도인 196건으로 51%를 차지하고 있다. 산림피해 면적만을 놓고 보면 84%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각 소방관서와 산림관계기관에서는 논·밭두렁소각철인 3월 중순부터 소각금지기간으로 별도로 지정 운영하고 있으며 입산객이 많은 청명·한식(4월 5일)일을 전후하여 특별경계근무 기간을 설정하고 산불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 진화에 참여해본 소방공무원들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강풍이 불면 산불이 500m∼1㎞ 거리를 넘나드는데, 그 어마어마한 위력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힘들여 가꾼 산림자원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도 안타깝지만 더욱 안타까운 건 바로 이러한 산불이 사람들의 부주의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을 원인별로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이고, 두 번째가 입산자의 실화, 그리고 세 번째가 담뱃불이 원인 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밭두렁 소각은 그동안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인해 소각을 해왔으나, 병해충의 방제효과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병충해의 천적인 거미, 톡톡이 등 이로운 곤충이 오히려 많이 죽어 농사짓는데 불리하다는 농촌진흥청의 분석결과가 나왔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를 「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해 24시간 산불상황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신속한 초동대처로 산불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논ㆍ밭두렁 태우기’ 등을 전면 금지하고, 불법적인 소각행위에 대해서는 「산림보호법」 등의 관련규정에 의해 과태료를 부과 하는 등 엄격한 단속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방과 산림기관의 단속보다 자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산불발생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도민의 협조 없이는 산불피해를 줄이기 힘들다.
예부터 열 사람이 한 도둑을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산불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산불조심을 생활화하는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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