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뉴스=박영신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기존에 유럽·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만 방역조치를 강화했던 데서 4월1일 0시 이후부터 출발지·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에게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실시키로 했다.
이번 방역조치 강화에 따라 유증상자는 공항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게 되며 무증상자도 지자체에서 검체 검사를 실시하고 14일간 자가격리조치를 실시하게 된다.
방역조치 회피 위해 무증상자로 표시... 선별 어려워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 안에서 해외입국자들은 코로나19 증상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게 된다. 이 체크리스트에는 발열과 인후통 등 증상 여부뿐 아니라 코로나19 유증상·무증상 여부 등을 표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체크리스트 유·무증상 표시에 따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해외입국자들은 유증상자와 무증상자로 구분돼 움직이게 된다.
물론 무증상자로 표시했더라도 발열검사 등에서 열이 있는 것으로 진단받을 경우, 유증상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유증상자들은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로 이동할 때까지 대기실에서 대기해야 한다.
미국에서 입국했다는 A씨는 “발열이나 인후통 등 증상은 없었지만 미국에 있을 때 친구들 중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친구들도 있어서 검사를 받기 위해 유증상자로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국 시 유증상자로 표시했을 때 검역이 까다롭고 대기시간도 길다는 것이 SNS 등을 통해 해외입국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입국자들 중 그런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발열증상이 있어도 해열제 등을 복용하고 무증상자로 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증상자 대기실에서 5시간을 기다리면서 혹시라도 정말 감염자가 있을 경우 대기실에서 감염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정부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고 비판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교수)는 “감기 증상인지 코로나19 증상인지 판단하는 것은 의사가 하기에도 어려운 일인데 일반인들이 어떻게 코로나19 증상을 판단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처럼 입국자들에게 유·무증상을 판단케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방역조치를 실시한다면 제대로 된 방역이 이루어질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라고 밝혔다.
귀가교통수단 이용현황 파악·통제 안 돼
무증상자로 체크리스트에 표시한 입국자들은 자가용으로 귀가할 것인지를 확인받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별로 거점정류소에 하차하는 공항리무진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안내받는다.
시도별 공항리무진 운영사업은 각 시도가 해외입국자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막기 위해 공항리무진과 계약을 맺어 추진하는 사업이다. 공항리무진을 타고 거점정류소에 하차한 후 거주지까지 이동할 교통수단이 없으면 이번에는 시군구에서 관용차량이나 콜벤 등을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무증상 해외입국자들의 귀가교통수단에 대해 공항 측과 지자체는 확인·안내하는 수준에 그칠 뿐 대중교통 이용을 차단할 수 있는 관리·감독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해외입국자들의 귀가 방역조치를 위해 경찰 등이 투입됐지만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하고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는 해외입국자들에 대해서는 경찰도 뾰족한 통제방법이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공항에 파견 나온 한 경찰은 “여행용 가방을 소지한 해외입국자들이 공항철도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일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여행용 가방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해외입국자로 판단하기도 어려우며 해외입국자들이 공항 출구로 출입하는 것도 자유로워 경찰이 귀가교통수단을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자체에서 해외입국자들에게 리무진 공항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방역조치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호기 위원장은 “지금까지 밀폐된 공간에 여러 명이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감염을 크게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지적받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항 리무진도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니 대중교통이 되는 셈”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해외입국자 방역조치를 제대로 하려면 좀 더 세밀한 방역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자체에 명단 통보 안 해…방역행정 혼선 초래
결국 해외입국자 방역조치 강화의 핵심은 지자체들이 모든 무증상 해외입국자들에 대해 실시하는 검체검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해외입국자 방역의 총괄을 맡고있는 정부가 지자체에 해외입국자 명단을 주지 않아 지자체들이 방역 행정을 펴는 데 혼선을 빚게 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관내에 몇 명의 해외입국자의 거주지가 있는지 전체적인 파악이 어려우며 단지 거점정류소에 하차하는 입국자들에게 인적사항을 기재하게 함으로써 파악이 가능하다.
각 지자체가 공항에서 공항리무진을 안내할 때도 지자체별 안내부스로 찾아오는 해외입국자에 대해서만 안내가 가능하며 각각 몇 명이 자가용, 또는 공항리무진을 이용하는지 누락된 입국자는 없는지 점검이나 관리가 어렵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무증상 해외입국자에 대한 검체 검사 등을 지자체가 맡고 있다. 방역행정을 좀 더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가 몇 차례에 걸쳐 해외입국자 명단 통보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항리무진 사업과 임시생활시설 지원사업 등 지자체의 방역 노력이 없다면 정부의 방역조치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방역조치에 있어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해외입국 금지조치 검토 필요
그러나 전문가들 뿐 아니라 국민들도 해외입국자 방역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서 노력하더라도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해외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방역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의정부시에 사는 한 시민은 “해외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고 사망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방역에 효과를 보고 있는 한국을 피신처로 여겨 해외유학생 뿐 아니라 외국국적자, 외국인 할 것 없이 한국으로 입국한다더라”고 지적했다.
염호기 위원장은 “정부는 해외입국자들이 수천명씩 쏟아져 들어오는데 대해 그들에 대한 방역을 벌일 여력이 있는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가 코로나19가 단 한명에 의해서도 수백명이 집단감염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명심한다면 미국과 유럽 등이 한창 높은 감염기에 있는 시기만이라도 해외입국 금지조치를 내릴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하루 국내 입국자는 7558명에 달했으며 이 중 코로나19 유증상자는 235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 사태 발생 이후부터 지난 2일 0시까지 발생한 확진자는 총 9976명이며 해외입국 확진자는 601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6%를 차지했다. 이중 유럽이 316명으로 52.6%를, 미주는 198명으로 32.9%를 차지했으며 내국인이 551명으로 91.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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