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비행기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개의 날개로 비행한다. 인류가 만들어 낸 여러 정치·경제 체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번영과 자유를 동시에 실현한 조합은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였다. 대한민국 역시 지난 70여 년간 이 두 축을 기반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이 주 환
시장경제는 개인의 창의와 도전, 경쟁을 통해 성장과 부를 만들어 낸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치와 견제, 국민의 선택을 통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점과 권력 남용을 막고 자유와 인권을 보호한다. 내가 노력해 얻은 재산은 법으로 보호받고, 국가 권력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믿음이야말로 대한민국 시스템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다.
우리 사회의 의미 있는 논쟁은 이러한 기본 체제를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같은 헌법 질서 안에서 성장과 혁신을 더욱 중시할 것인지, 복지와 분배를 보다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경쟁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토대 위에서 보수와 진보가 각자의 해법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건강한 정치다.
과거 일각에서 제기됐던 이른바 '좌우 날개론'은 이러한 체제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두 날개는 좌와 우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며, 정치 세력은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정책과 철학을 경쟁하는 존재여야 한다.
물론 역사적으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제가 보여 준 실패 역시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구소련의 스탈린 체제, 중국의 문화대혁명, 북한의 세습 독재는 권력이 집중될 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얼마나 쉽게 희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왜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일부 정치 세력이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적대시하거나, 의회 다수의 힘만으로 절차와 견제의 원칙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현상이 사실이라면 어느 진영을 막론하고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소수 의견의 존중과 법치주의, 권력 분립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건강하게 유지된다.
대한민국은 안보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경제적으로는 세계 시장과의 교역과 개방을 통해 성장해 왔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 기반을 흔드는 정책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동시에 외교와 안보 역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실적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성장, 자유, 인권, 복지, 혁신, 공정은 어느 특정 진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느 하나만 지나치게 강조해서도 안 되고, 어느 하나를 희생해서도 안 된다. 혁신이 있어야 복지를 지속할 재원이 마련되고, 법치와 인권이 보장되어야 시장경제 역시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비행기를 안전하게 운항하는 방법은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경제와 국제 환경에 맞춰 정책의 균형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데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성장 동력이 약해질 때에는 규제 혁신과 기업 활력을 높이는 식의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보잉 747이 두 개의 거대한 날개와 네 개의 엔진이 조화를 이룰 때 안정적으로 비행하듯, 대한민국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검증된 기반 위에서 서로 다른 정책을 경쟁하고 조율할 때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그 토대 위에서 더 나은 해법을 찾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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