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뉴스=박영신 기자] 방과후강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 청소용역노동자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이 이번 코로나19 감염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아예 일이 없어지거나 무급휴가나 권고사직을 강요당하고 있다.
정부정책에서 배제된 방과후강사, 안전망 없어 '위험천만'
# 코로나19로 인해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안양, 군포 등 지역의 학교에서 방과후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 개학을 하면 5개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하기로 학교 측과 계약돼 있었지만 코로나19발 학교 개학 연기로 인해 강사료를 지급받지 못한 채 한 달째 쉬고 있다.
한계상황에 치닫자 A씨는 아르바이트라도 구해보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노동시장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였다.
코로나19 감염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오는 4월6일까지 학교 개학이 5주나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방과후강사들 또한 아무런 대책 없이 쉬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전국적으로 12만명, 경기도에만 2만7천여명의 방과후강사들이 강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벌써 한 달째 일거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방과후강사는 학습지교사나 택배, 퀵서비스 노동자처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학교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이다. 학교에서 정해준 지침대로 방과후수업을 진행하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들은 4대보험, 연차, 퇴직금 등 노동기본권과 사회안전망에서 완전히 배제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유급휴가,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대책에서도 배제된 이들은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위기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일부지역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에는 재난 상황으로 인한 휴업 또는 강사의 귀책으로 인한 휴강이 아닌 경우 임의로 환불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여러 교육청들은 미뤄진 개학일에 맞춰 계약서를 고쳐쓰라고 지침을 내려보냈으며 줄어든 수업일수 만큼 강사료가 수강료 환불 또는 미지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A씨는 “바이러스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가리지 않지만 경제 위기는 비정규직과 약자들에게 더 큰 희생을 요구한다"며 "차별과 배제야말로 또 하나의 바이러스이다. 사회적 아픔 또한 함께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방과후강사도 공교육의 일부를 담당하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며 학교의 구성원”이라며 “정부와 교육당국이 휴업기간 동안 무급인 방과후학교 강사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무급휴직에 내몰린 청소용역노동자들
# 경기도 용인시의 한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B씨는 얼마 전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학교 기숙사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중국인 유학생들을 자가격리하기 위해 청소·경비 근로자들이 휴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휴업 기간 동안 용역경비는 지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학교 기숙사의 경비·청소 노동자들은 모두 20명(경비 10명, 청소 10명),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간접고용노동자들이다.
용인시에서 이 학교 학생인 중국 유학생 2명이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을 파악하고 학교 측에 이 유학생들의 자가격리를 요청했다.
그러자 학교 측은 전체 기숙사 건물 5개 동 중 이 학생들이 자가격리되는 기숙사 건물 1개 동 뿐 아니라 나머지 4개 동도 모두 폐쇄조치 하고 기숙사 청소·경비 노동자들 모두 무급휴직을 시키겠다고 용역업체에 통보했다.
기간은 지난 3월11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 간이다.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직은 회사 측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적용되며 최근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확대시행 중인 유급휴가지원금(유급휴가를 준 사업주에게 근로자 급여의 4분의 3, 일급여액 최대 6민6천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도 4대보험 가입자에 한해 지원돼 간접고용노동자의 경우 해당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일용직근로자들은 아예 대상에 속하지 못한다.
B씨는 “최저임금 받는 청소·경비노동자가 하루아침에 무급 휴직을 당했다”며 “코로나19 피해를 왜 아무런 잘못도 없고 힘도 없는 노동자들이 떠 안아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용인시가 학교 측에 학생들의 자가격리를 요청했으면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존권도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도 더욱 취약한 근로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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