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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랑이 온다’보다 무서운 불평등 증여세 - 청문회 이후, 국세청의 대응이 궁금하다
  • 기사등록 2025-06-28 1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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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어린 시절 수없이 듣던 겁주기다. 성인이 된 지금, 호랑이는 ‘국세청’으로 바뀌었다.


직장인 친구가 “아들 결혼 자금으로 5천만 원 주려고 하는데 증여세가 걱정된다”며 한숨짓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현행법상 직계존속이 자녀에게 10년간 5천만 원까지 증여하면 비과세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혹시 빠진 서류가 있을까 불안해 세무서를 찾는다. 이것이 성실 납세자의 일상이다.


반면 청문회장의 풍경은 딴 세상 같다. 고위 공직자 후보자 재산 내역에는 ‘생활비 2억 원 수수’ 같은 내용이 등장해도, 증여세 납부 내역이 있는지 없는지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인이었다면 세무조사 통지서를 들고 조사관이 출장까지 나섰을 상황이다. ‘법 앞의 평등’이 허울에 불과하다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조세 정의는 국가 신뢰의 초석이다. 세금이 공정하게 걷히고 투명하게 쓰인다는 믿음이 깨지면 납세 순응도는 무너진다. 성실 납세자 포상제나 전자신고 편의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권력층의 탈세 의혹은 철저히 조사해 결과를 공개하고, 청문회 이전 단계에서 국세청이 예비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호랑이는 약자만 문다”는 냉소를 거둘 수 있다.


5천만 원 이하 증여에 ‘간편 신고’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다. 신고 절차가 복잡할수록 전문가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중산층 이하 국민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제도는 단순하고 명료할수록 평등하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간단하다. 자녀에게 5천만 원을 주며 “세금 걱정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 배우자에게 1억 원을 건네며 “납부 서류도 챙겼으니 마음껏 써”라고 안심시킬 수 있는 부부가 특별하지 않은 나라다.


호랑이는 모두에게 같은 크기로 보여야 한다. 권력자에게만 발톱을 감추는 호랑이라면, 국민의 신뢰는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겁을 줄 거라면 공평하게, 지켜줄 거라면 빈틈없이—그 단순한 원칙이 지켜질 때 세금은 공포가 아닌 공정사회의 버팀목이 된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청문회 이후, 국세청의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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