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은행, 정책자금 길목 틀어쥐고 소상공인 목 조른다 - 서류는 빨리 나오는데, 돈은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 홍충선 경기인뉴스 대표
  • 기사등록 2025-04-30 19:00:15
기사수정

소상공인 김 모 씨는 직원 월급일이 다가올수록 속이 탄다. 정책자금을 신청한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통장엔 여전히 입금이 없다.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받은 건 2주 전이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인 은행이다. 담당자는 “심사 중이니 순서대로 기다려달라”고만 한다.


정책자금 지원 확인서를 받는 데도 2주 이상이 걸린다. 온라인으로 접수한 뒤 '순차처리'라는 이름 아래 줄을 선다. 신청은 몰리고, 결과는 늦고, 일정은 통보되지 않는다. 이 사이 소상공인은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없다. 급여, 임대료, 납품 등 자금 지출은 정해져 있는데, 대출금은 언제 나올지 오리무중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담당자에게 도대체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유는 간단하다. 괜히 ‘불편한 민원인’으로 찍히면 심사에 악영향이 있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책임 소재가 분산돼 있는 구조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신청자 몫이다.



신용보증기금이 90% 보증… 은행은 위험 없이 이익만


더욱 황당한 건 은행의 태도다. 소상공인정책자금 대출은 신용보증기금 또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이 90%를 보증한다. 은행이 감수하는 위험은 10%에 불과하다. 사실상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자체 심사’를 이유로 대출 실행을 질질 끈다.


이 와중에도 은행은 예대마진 수익은 꼬박꼬박 챙긴다. 공공의 목적을 띤 정책자금을 다루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익은 민간처럼, 책임은 공공에 떠넘기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은행 측의 전형적인 변명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수조 원대의 순이익을 내는 은행들이 일손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충원하면 될 일이다. 은행의 ‘느긋함’이 결국 소상공인의 폐업과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은행은 알고 있어야 한다.


여론조사 전화는 걸지만, 정작 시스템은 그대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은행을 다녀온 며칠 뒤, 어김없이 걸려오는 ‘고객 만족도 조사’ 전화도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냉소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응대에 문제는 없었냐고 묻지만, 불만을 제기해도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 고객 중심이 아닌 실적 중심의 형식적인 조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소상공인들이 ‘정책자금은 곧 나온다’는 말만 믿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서류상 지원'은 죽은 정책이다. 정책자금은 서류를 넘어서 현장에 제때 도달해야 생명력을 가진다. ‘순서대로’라는 기계적 처리 한 마디에 수백만 자영업자의 삶이 뒤흔들려선 안 된다.


소상공인은 지금 당장 살아야 한다

은행은 지금 당장 달라져야 한다


공공재인 정책자금을 느긋하게, 무책임하게 다루는 은행의 태도는 지금도 누군가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소상공인은 단 하루도 여유가 없다. 은행은 하루라도 긴박함을 느껴야 한다.




관련기사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gginews.kr/news/view.php?idx=71698
  • 기사등록 2025-04-30 19:00:15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그렇게 잘하면 너희 지역구로 스카웃해라” [독자기고]최근 오산시장 선거를 둘러싼 분위기를 두고 종종 회자되는 이 표현은 가볍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시각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는 강한 메시지가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아쉬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다양한 ...
  2. 오산중·고경제인연합회, 조용호 오산시장 예비후보 지지 선언 오산중·고경제인연합회(오경회) 이제형 회장을 비롯한 회원 20여명이 더불어민주당 조용호 오산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오경회는 23일 조용호 오산시장  예비후보 사무실에서 지지 입장을 밝히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해 조용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
  3. [칼럼]내란·적대 프레임만 강조…오산 현안 해법 제시는 부족 [칼럼]더불어민주당 오산시장 결선투표를 앞두고 지난 22일 김민주 예비후보가 낸 긴급성명은 분명 눈에 띈다. 표현은 강하고, 메시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이 성명이 과연 오산 시민의 삶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인가 하는 점이다.이번 성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누가 적인가’를 나누는 언어...
  4. 서울 스카이라인 품은 ‘43층 프리미엄’…상도동 초고층 주거 주목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들어서는 최고 43층 규모 ‘엑소디움 상도역’이 초고층 조망과 초역세권 입지를 앞세워 청약 경쟁률 3.76대 1을 기록하는 등 주거 시장에서 조망권과 상징성을 중시하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최근 서울 주거 시장에서는 ‘초고층 프리미엄’이 다시 부각되는 흐름이다. 도심 전경과 한강 조망, 탁 ...
  5. 정명근, 화성 전역 민생행보…“시민과 함께 반드시 해결” 경기 화성특례시에서 활동 중인 정명근 후보가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지역 현장 방문을 잇따라 진행하며 본격적인 민심 행보에 나섰다.정 예비후보는 최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권칠승·송옥주 의원을 비롯해 당 관계자와 지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지 결집을 다졌다. 행사에는 지역 종교&mi...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