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뉴스=박영신 기자] 안산시의 유일한 재래전통시장으로 20여년 동안 안산시민들의 곁을 지켜오던 안산시민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 예정이다. 그러나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 험란한 여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민시장은 원곡동 라성호텔 일원 노점상 정비를 위해 초지동 일대 2만8천여㎡ 부지에 12개 동, 410개 점포로 1997년 12월 조성된 공설시장이다.
시장 조성 23년을 맞은 가운데 인근에 5천여 가구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주하면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졌다.
특히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1998년부터 도입된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시장 인근에 몰려드는 노점상과 손님들로 인해 교통 혼잡, 소음, 불법노점 문제 등이 발생해 왔으며 이에 대한 인근 아파트들의 민원 제기로 인해 시장은 갈등의 온상으로 떠오르며 시장 상인들과 주민 뿐 아니라 관계공무원 등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게다가 최근 시장 시설물의 노후화와 코로나19 사태, 안산도시공사의 5일장 상인회에 대한 계약 종료(4월4일)에 따른 5일장 폐지 영향으로 방문객이 크게 감소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안산시는 지난 5월13일 시장의 합리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안산시민시장 상생발전협의회’의 출범을 알렸다.
상생발전협의회는 지역 주민, 상인, 전문가, 갈등조정자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 17명으로 구성됐으며 민간의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낼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의 생존권과 주민들의 주거권 확보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돼 합의점을 찾는데 험로가 예상된다. 시장 활성화 관련 한 가지 방안을 추진하기로 가닥이 잡히더라도 추진 과정에서 입장 차이로 인해 불협화음 등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양쪽 모두 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어 이 점을 협의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앞으로 협의회는 한달에 한번씩 열릴 예정이며, 6월에는 주민 측 입장을, 7월에는 상인 측 입장을 듣는다. 또 7월~8월 중 시장 활성화방안을 놓고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파트 주민들, 주민 이용할 수 있는 현대적 복합쇼핑타운 건립에 무게
안산시민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초지역 메이지타운 푸르지오파크단지·에코단지·메트로단지, 안산초지두산위브아파트, 안산롯데캐슬더퍼스트 등 5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시장 현대화 ▲이전 ▲철거 등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대표회의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 중 시장 현대화를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 대표는 “시장 상인들도 생존권 문제가 걸렸는데 시장을 없애자고는 못 한다”면서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쇼핑타운이 건립되는 등 시장이 현대화되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파트 주민들은 시장에 혐오식품 가게 등이 즐비한데다 시장 환경도 비위생적이어서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며 “시장이 인근 주민들을 포용해 주민들과 상생발전하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단지 입주자 대표는 “초지동 일대의 스카이라인을 보면 시장만 고층아파트에 둘러 싸인 채 움푹 패어 있다”며 “시장이 요즘 시대에 맞는 현대적인 곳으로 탈바꿈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다수 상인들, "재건축으로 침체된 시장 살려야"... 일부 상인들, "전통시장 명맥 유지해야" 반대도
한편 시장 상인들은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용주 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에 적합하지 않은 골목형 구조 등으로 인해 시장이 활성화 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시장 상인회는 5일장 상인회와 손을 잡았고 닷새에 한번씩 5일장이 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5일장이 서는 날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려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5일장 상인들만 돈을 벌고 정작 시장 상인의 절반 이상은 집을 팔고 전월세로 옮겨야 할 정도로 가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 조성 초기 400여명에 달했던 시장상인들이 최근에는 200여명으로 절반이나 줄었다”고도 했다.
하 회장은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시장 상인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시장 상인 87%가 재건축을 원한다는 서명을 받아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죽은 사람에게 링겔을 꽂아 봤자 그 사람을 살리지 못 한다”며 “새로운 건물을 지어서 지금 시대에 맞게끔 장사를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상인들은 재건축 등을 통해 시장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로 고수익 매출을 올리는 상인들이다.
한 상인은 “안산시에 전통시장이 여기 한 곳 밖에 없는데 주변에 아파트들이 입주했다고 시장을 없애야 되느냐”며 “시장 명맥을 살리면서 특성화하는 방안도 있을텐데 건물을 새로 지으면 시장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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