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뉴스=박영신 기자] 코로나19 발생으로 예식이나 돌잔치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연기·취소하는 일이 부쩍 늘면서 위약금 등에 관한 소비자 피해 분쟁도 대폭 증가했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 피해 분쟁해결기준(이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관련규정에 감염병 등 사회적재난에 대한 기준을 포함해야 한다는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달 반 새 위약금 관련 소비자상담건수 1만여건 달해
# 4월 중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지난 1월 경기도 소재 예식장에 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증가세로 처음 계약했던 일정대로 예식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아 결혼식을 아예 8월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예식장 측에서는 예식일정을 변경할 경우 위약금을 먼저 지불하고 예식 후 총금액에서 위약금을 차감해 준다고 했습니다. 또 차감이 가능한 기간은 7월까지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사태로 인한 예식일정 연기인데 위약금을 내야 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약금을 차감받을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도 계약 당시 전달받은 바가 없습니다. 부득이하게 8월로 일정을 다시 잡은 것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코로나19 발생 이후 1월20일부터 3월8일까지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위약금 관련 소비자 상담건수는 총 1만4988건(국외여행·항공여객·음식서비스·숙박시설·예식서비스 등 5개 업종)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 2월1일부터 3월6일까지 이 센터’에 접수된 결혼식 취소 또는 축소에 따른 위약금 분쟁에 대한 상담문의는 전국 기준 약 1980건이고, 이중 경기도민의 접수건이 약 770건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모이는 예식과 돌잔치 등을 연기·취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위약금 관련 분쟁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주로 계약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에 위약금 등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업체 측은 약관이나 계약서(또는 피해자분쟁해결기준)에도 감염병 등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위약금 면제·감면규정은 없기 때문에 예식 등의 연기·취소에 대해 소비자 귀책사유로 판단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소비자가 계약서상 위약금 규정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 측의 입장차가 커서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조정 또한 쉽지 않다. 이에 민사소송 등을 통해 다퉈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코로나19의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1급 감염병으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외부 행사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정위에서 고시한 ‘표준약관’이나 ‘소비자피해 분쟁해결기준’에서 위약금조정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천재지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감염병 등 사회적 재난에 따른 분쟁해결기준이 아예 없는 것이다.
공정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당사자간 계약이 우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주요 업종별로 계약 해제에 따른 위약금 부과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당사자 간 별도의 의사 표시가 없는 경우에 한해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사업자에게 법적 강제력이 없으며 당사자 간 체결한 계약이나 약관이 별도로 있는 경우 해당 계약이나 약관의 내용이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보다 우선 적용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사자 간 약관이나 계약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우선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최근 발생한 분쟁은 이미 계약이 체결돼 민사적인 권리의무 관계가 확정된 사항에 대한 분쟁”이라며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위약금 문제를 정부가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재 소비자 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분쟁이 해결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위약금 민원이 다수 제기되고 있는 여행업, 예식업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자 단체 등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공정위는 이들 업계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부득이하게 예약을 취소한 소비자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해 경영 상황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분쟁 해결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
소비자 분쟁 예방 위해 사회적재난 기준 마련 필요
그러나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시, 또다시 소모적인 소비자 피해 분쟁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감염병 등 사회적 재난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3월9일부터 운영 중인 ‘코로나19 소비자 피해 신고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에 따라 소비자 분쟁이 폭증한 이유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분쟁해결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물론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당사자 간 계약이 우선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소비자 분쟁 발생 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인 만큼 사회적 재난에 대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기준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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