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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타는 지자체들의 재난기본소득 도입… 정부 나서야 - 전주·서울·화성·경기 등 줄이어 도입…타지자체로 확산 - 경기부양책 ‘공감대’…지급 대상·방식 등 제각각 - 정부 차원의 논의 있어야 ‘지적’
  • 기사등록 2020-03-24 23: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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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 해소와 취약계층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전북 전주시에 이어 서울시, 경기 화성시, 경기도까지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면서 전국의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 도입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와 전남 등에서도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기본소득의 정의와 지원범위, 지원방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자체마다 도입 양상도 제각각이어서 지역 간 지원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재난기본소득을 일관된 정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4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경기인뉴스=박영신 기자] 재난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에서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의 현금을 나눠주자는 것이다. 

최근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재난기본소득이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를 해소해 줄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기본소득, 코로나19 경기 활성화 ‘극약처방’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소비와 문화향유 등 경제활동이 정지되고 실직과 휴·폐업이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내수경제를 회생시키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무수히 나오던 터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난달 교육ㆍ서비스업 취업자는 1만명 감소해 2018년 12월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고,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10만6000명 줄어 2018년 8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OECD에 따르면 2월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CCI, 각국의 소비심리지수를 국가 간 비교를 위해 보정한 지수)는 한달 전(100.0) 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9.6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몰려온 경제충격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들까지 지원할 수 있는 대책으로 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제안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기 시작해 경영계·노동계·지자체 할 것 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강중고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상품권 배포나 세금 감면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써 왔다”며 “재난기본소득이 정치적 이슈를 벗어나 코로나19 사태에서 발생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경기 진작책으로 도입된다면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민의 98%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경제가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가정 살림살이에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이 70%,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도 61%로 높았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 위축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도민의 78%나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경기도민 78%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료=경기도)

대상·지급금액 등 여전히 논란 


이처럼 재난기본소득 도입 취지와 제도의 성격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재난기본소득의 지원 대상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영세상인 등에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면 모르겠으나 모든 국민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재난기본소득의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재난기본소득을 정부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저소득층에 지급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난기본소득 모두에게 동일하게 지급해야 하는 8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재난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재난극복을 위한 핵심 경제정책인 점 ▲급격한 경제위기로 상위 10% 부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점 ▲선택적 혜택이 조세 정책 등에 대한 저항을 불러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점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의 혜택을 박탈하는 이중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낙인 효과보다 모두에게 지급하고 그만큼의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사회통합과 격차 완화에 더 좋다는 점 등이다. 


이처럼 보편적 지급이냐 선별적 지급이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릴 뿐 아니라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기존 세입을 조정하자는 안과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자는 안 등이 나오고 있다. 재난관리기금은 자연재난 예방과 복구를 위해 지자체가 매년 적립하는 예산으로 서울시와 경기도에 약 1조3000억원이 적립돼 있다.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정기간 동안 사용해야 하는 상품권이나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편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여론조사에서는 재난기본소득 지급대상과 방식에 대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52%, ‘실업자,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을 선별해 우선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48%로 나타났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도민의 73%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지자체 도입도 ‘제각각’… ”정부 뭐하나“ 지적 나와


이처럼 재난기본소득의 지급대상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주시와 서울시, 화성시 등에 도입된 재난기본소득의 지급대상과 지급방법 등이 각각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전북 전주시는 2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개월 동안 5만여명에게 52만7000원을 지급한다. 대상은 기준중위소득 80% 이하에 해당하는 건강보험료 납부 일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직자 등이다. 지역은행 체크카드를 지급하며 전주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서울시는 3271억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 지역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중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 117만7000가구에 월 30~50만원(1~2인 가구 30만원, 3~4인 40만원, 5인 이상 50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원키로 했다.


경기도에서 재난기본소득을 가장 먼저 도입한 화성시는 추경에 1457억원을 반영해 시간강사, 대리기사, 일용직 등 중위소득 100% 이하 2만명에게 50만원씩 지급한다. 

경기도는 도비 1조3642억원을 투입해 도민 1326만명에게 월 10만원(4인가구 기준 4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키로 했다.


한편 정부는 실직·휴폐업 등에 따른 위기가구에 긴급 지원하기 위해 2000억원을 투입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의 소득이 갑자기 끊길 우려가 더 커짐에 따라 17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을 통해 예산을 보강한 것이다. 애초 정부안에는 없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전반에 대한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지난 12일 "재난기본소득 취지는 공감하지만 규모, 재원 조달 방법, 대상 등에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신중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이재명 지사 등과 가진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대책 회의’에서 "이번 정부 추경안에도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예산이 상당히 담겨 있다"면서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어떤 형태로라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취약 계층 지원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주시, 화성시 등의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예로 들며 지자체의 노력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열린 ‘지역경제 비상대책회의’에서 전국 시군구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 지방 추경 편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국민 ’피해‘, 정부 논의 시작해야


지자체 차원에서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의 생계 지원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은 장려할 만 하다. 그러나 이처럼 재난기본소득이 지자체별로 다른 양상으로 도입된다면 지역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만약 각각 A지역과 B지역에 사는 학원강사가 똑같이 코로나19로 인해 무급휴직을 당해 피해를 입었다고 치자. A지역과 B지역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수준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받을 수밖에 없다. 또 A지역에서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상에 포함되기도 하고 B지역에서는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재난기본소득이 도입되지 않은 C지역 강사는 아예 재난기본소득을 받을 수 없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재난극복 긴급재정지원과 관련해 현재와 같은 지방정부별 각개약진 방식으로는 지역간 차별과 불공정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부가 지역간 차별없이 전국적으로 통일성을 가지고 집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병욱 법무법인 송경 변호사는 “감염병 등 재난은 갑자기 찾아와서 많은 것을 앗아 간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상황이 외환위기와 같은 수준으로 언급되고 있듯이 말이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정부가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충분히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재난기본소득을 적시에 도입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들여야 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전체 국민의 생계와 경제가 달린 일에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지, 언제까지 지자체에만 떠넘길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이제 청와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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