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뉴스=박영신 기자] 공적마스크 판매 5부제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정부에서 직접 개입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마스크를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지정된 날에만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 9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이면 월요일, 2와 7이면 화요일, 3과 8이면 수요일, 4와 9이면 목요일, 5와 0이면 금요일에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으며 주말에는 출생연도와 상관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공급량 절대 부족, 대기해도 구입 어려워
정부에 따르면 병원 약국 등 시중에 공급되는 공적마스크의 총 물량은 하루에 800만매(의료기관 등 200만매, 약국 560만매, 우체국·농협 40만매)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대략 5000만명(5178만579명)으로 추산했을 때 5부제에 따라 하루에 공급해야 할 인구는 1000만명(각 출생연도별 인구수의 많고 적음은 고려하지 않음)인데 마스크 공급량은 400만장(1인당 2매 구입)에 불과해 마스크 공급률은 4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도내 4900여개 약국에 하루에 250매씩 약 122만매가 입고된다. 경기도 인구 약 1300만명(1326만5377명) 중 하루에 260만명의 수요가 발생하지만 공급이 가능한 인구는 약 61만명으로 공급률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주말 동안 이틀에 걸쳐 공적 마스크가 더 공급돼도(일요일에 문여는 약국은 당번약국 뿐이다.) 부족한 공급량을 채우기는 어렵다.
결국 공적마스크 5부제 시행에 따라 마스크 사재기가 방지됐다고 하더라도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품절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공적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 각 약국들이 시민들에게 공적마스크 입고시간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남들보다 먼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입고시간보다 1~2시간 먼저 가서 줄을 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스크가 품절돼 구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줄을 섰더라도 공적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해 공적마스크 5부제의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양시에 사는 한 시민은 “쌀쌀한 날씨에도 1시간 전에 나와서 줄을 섰는데도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했다”며 “어차피 줄을 서도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게 마찬가지라면 왜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앱 홍보 등 관리 부실 소비자 혼란 '야기'
한편 약국별로 공적 마스크의 재고량을 알려주는 앱이 지난 11일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재고량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못해 시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시민이 A 약국에 공적마스크 100매가 남아있다는 정보를 보고 약국에 15분이 걸려 도착해 보니 이미 다 팔리고 없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앱에 재고량 정보가 실시간으로 노출되지 못한 데는 실제로 100개의 재고가 있었지만 15분 내에 다 팔렸거나 약사들이 앱에 입력한 정보가 앱 시스템상 이유로 늦게 노출됐거나 또는 약사의 업무량이 많다 보니 약사가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입력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랫동안 대기했지만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소비자들과 약국의 약사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물리적인 충돌도 일어나면서 최근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약사들은 공적마스크 판매와 관련, 업무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마스크가 100씩, 25개씩, 5개씩 등 수량이 다양하게 포장된 채 입고돼 이것을 다시 2개씩 소분해야 하는 일을 꼽기도 했다. 이 일로 인해 업무량이 늘어나다 보니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신속하게 마스크를 공급하기 어려워져 손님들의 대기시간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도약사회 관계자는 “약국들이 보통 1인약국들이 많고 마스크 판매 뿐 아니라 다른 업무들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를 소분하고 재고량을 파악해 앱에 입력하는 일들이 쉽지않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게다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원망과 질타, 마스크 부정유통이라는 의심의 눈초리 등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약사들의 고충과 스트레스는 날로 늘어나 아예 공적 마스크 판매를 포기하는 약국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 내 공적마스크 판매를 중단한 약국은 7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인들, “아예 못 산다” 포기하기도
공적마스크 구매를 위해 소비자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 또한 산적해 있다.
특히 직장인들은 공적마스크 구매를 위한 대기시간을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퇴근 후 구매하려고 해도 마스크가 소진됐을 가능성이 높고 주말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만큼 실질적으로 마스크 구매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또한 2010년 이후 출생 자녀의 마스크 구매 시 부모만 방문했을 경우, 부모 해당요일에 자녀의 마스크 구매가 불가능해(자녀 해당요일에만 가능), 공적마스크 구매를 위해 며칠동안 약국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경기도 내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몇 시간 줄 서는 것도 모자라 몇 차례나 약국 등을 방문해야 하는 것은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자녀 등 가족들의 마스크는 구매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2매 이내 덕용포장, 세대주 일괄구매 등 실시돼야
경기도약사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전국 2만5000여 약국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공적마스크 5부제 실행과 배포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공적마스크 5부제 시행지침이 수시로 변경되고 국민에 대한 불충분한 홍보로 공적마스크 5부제를 실행하는 일선 약국가에서는 아직까지도 극심한 혼란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약사회는 “이에 공적마스크의 공급과정에 있어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약국의 공공성 확보대책을 정부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우선 도약사회는 공적마스크 덕용포장의 경우 약국에 공급하기 전 배송, 포장단계에서 2매 이내로 포장작업을 완료한 후 공급하도록 하여 약국 도착 즉시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약국 마스크 앱(약국별 잔량 표기)의 경우 실제 약국 재고와 수량 차이가 많아 혼란이 극심하여 이를 믿고 찾아간 소비자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바, 공적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의 편의성과 시스템을 강화하고 잦은 전산시스템 장애문제를 개선해 줄 것 ▲공휴일 등 휴일지킴이 약국에 공급되는 공적마스크는 배포수량을 늘려 공급해 줄 것 등도 건의했다.
도약사회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시중에 공급되는 공적마스크 총량이 턱없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는 우선적으로 공급량을 늘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내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개인별 구매보다는 세대별 구매로 개편해 세대주 혹은 대리인이 하루에 모든 세대원의 마스크를 일괄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마스크 구매가 보다 편리해질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코로나 감염 사태가 확산되면서 마스크는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이 돼 버렸다”며 “이런 차원에서 공적마스크를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해 각 세대별로 분배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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