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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탐방 제3편>  바닷길이 열리는 태고의 신비는 그 자체로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녀..  

【시사인경제】자그마한 제부 항구를 빠져 나오면 제부도 갯벌이 북서면 방향으로 좀 더 길고 넓게 보인다. 갯벌이 넓게 펼쳐진 갯벌의 평원위에 제부도보다 훨씬 작은 섬들이 보인다. 물이 차면 섬 전체가 잠길 것처럼 보이는 섬들이 두 개 더 있다.

 

하나는 너무 작아서 모르겠지만 또 다른 하나는 ‘누에섬’이라고 한다. 제부도에 와서 누에섬을 봤다면 모든 것을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다. 제부 본섬에서는 볼 수 없는 누에섬 전망대에 올라 제부도를 보면 제부도 전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누에섬은 오직 바닷물이 없을 때만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누에섬으로 가보면 섬 앞으로 풍력 발전소 3개가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른 크기로 사람을 맞이하고 있다. 제부도와 누에섬 사이의 갯벌은 정말 이 바다가 살아있는 자연 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게 해 준다.

 

누에섬으로 가는 길목의 갯벌에서는 카메라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게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좋은, 살아 있는 싱싱한 바다 이었다는 것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가족과 함께 올 것을”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이었다.

 

누에섬과 함께 제부도에는 명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학교다. 제부도 전체에 딱하나 있는 학교, 섬의 한가운데 위치한 이 학교의 정확한 명칭은 ‘서신초등학교 제부분교’다. 전교생이 열세 명이고 선생님이 네 명인 미니어처 학교다. 

 

네 명의 선생님과 열세 명 학생들의 보금자리 제부분교는 학생들 숫자에 비해서 넉넉하게 큰 규모를 자랑한다. 도시학교에서 보면 부러울 정도의 천연잔디구장, 갯벌체험관 등이 갖추어져 있다. 이런 학교에 다닌다면 아토피 걱정은 아예 없을 것 같았다.

 

오후 시간인데도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학교 안에서는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초청돼 학생들과 신나게 놀아주고 있었다. 이곳을 지키는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섬의 아이들이 예전 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시설자체는 20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지만 중학교를 가려면 도시로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 든다고 한다. 

 

또 지금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하교 시간은 도시 아이들보다 늦는다고 한다. 부모들의 귀가시간이 늦기 때문에 좀 더 오래 학교에서 학생들과 놀아주는 보모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선생님의 설명이었다. 덕분에 선생님과 아이들의 친밀도가 여느 학교와는 달리 높아 보였다.

 

가끔 본교에서 캠핑을 온다고 한다. 이 학교 운동장 건너편에 캠핑을 치고 이곳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경기도내 다른 학교에서 제부분교를 자주 찾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잘 만들어진 갯벌체험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 정문 앞에 만들어진 갯벌체험관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발견되는 갯벌 생물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대화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도내의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갯벌 체험을 한 후, 현장 즉 살아있는 제부도 서해 갯벌로 이동해 직접 갯벌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제부도를 찾는 관광객들도 체험을 통해 갯벌의 소중함을 알 수 있도록 확대 운영한다면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제부도 관광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학교에 꼭 들러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학생들 숫자가 적다보니 좋은 점도 있었다. 학교 예산으로 학생들 비품을 모두 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실 입구에 들어선 외발자전거 열세 대, 학생 일인당 한 대의 외발 자전거가 지급된 셈이다.

 

또 악기 하나 정도는 전교생에게 지급 되어서 모두가 악기를 잘 다루고, 자전거도 잘 탄다고 한다. 부러움의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후 3시가 지나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학교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학생들에게 제부도는 삶의 터전이자, 고향이며 앞으로의 미래일 수 있다. 이 소중한 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선생님이 부탁을 하나만 들어달라고 하신다.

 

“시장님, 교육감님, 보건 선생님 어떻게 안 될까요?” 제부도에는 특별히 약국이 없다고 한다. 여름에도 운영되는 약국이 없다. 소방서 옆에 보건소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을 돌봐주기에는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추었지만 조금은 쓸쓸함이 묻어나는 학교, 제부분교를 빠져나오는 길은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이 좋은 시설을 함께 이용할 친구들이 부족하다.

 

다시 제부도의 북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 나오다 마을 이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매운탕 집을 하고 계신다는 이장님이 음식 값을 싸게 해주겠다는 권유에 못이기는 척 눌러 앉았다. 매운탕을 주문하고 한 참을 기다린 후에야 맛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우럭과 게가 들어간 매운탕은 누가 봐도 침이 꿀꺽하고 넘어갈 만 했다. 매운탕을 먹는 동안 말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매운탕이 맛이 있었다는 뜻이다. 음식을 먹는 동안 아무도 말을 먼저 하지 않았다.

 

이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제부 마을이 난개발 되는 측면이 있고, 마을 주민들이 단합이 잘되지 않는다며 빨리 육지와 섬을 언제나 오갈 수 있는 큰 다리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제부도 바닷길의 매력이 떨어질 터인데.....

 

그래도 바닷길이 물에 잠기는 장관을 여러 명이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섬 안쪽에 세워진다면 섬의 관광이 보다 활성화는 될 듯싶었다. 물에 잠기었으니 나갈 방도가 없는 관광객들이 섬 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만큼의 경제적 효과는 확실히 보장되기 때문에 추진 해 볼만한 사업처럼 생각됐다.

 

식사 후에 걸어 나오는 제부도 해안은 여전히 넓은 갯벌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까보다 물이 더 빠진 듯, 누에섬으로 걸어가는 인파들이 눈에 보이기도 했다. 섬의 동쪽해안에서 바라보는 서해는 앞으로 이 섬이 화성시의 중요한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섬을 다 둘러보는데 4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 듯 했다. 전체적으로 제부도는 아직 개발이 덜 된 섬이고, 많은 정비가 필요한 섬인 듯 했다. 펜션의 난립과 산책로 부족, 섬을 동서남북으로 가르는 도로의 부족, 특히 섬의 일주 관광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부족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섬의 입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섬을 일주할 수 있도록 무동력 운송수단을 제공해 줄 수만 있다면 굳이 자동차를 타지 않고도 섬 전체를 보다 즐겁게 체험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제부도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섬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바닷물이 갈라져 길이 열리는 태고의 신비는 그 자체만으로도 돈으로는 결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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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6-30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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