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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경제] 교사 결석이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은 아프리카. 2008년, 그 거칠고 척박한 땅에 ‘희망이 곧 교육(Hope is Education)’이라는 뜻을 가슴에 품은 한국인 교사들이 도착한다.

아프리카의 진한 자립을 위해선 교육이 필요하고 그 핵심에 ‘교사 교육’이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호이(HoE) 프로젝트.

제대로 된 교구 하나 없는 교실, 선생님이 지각과 결석이 잦아 자습이 더 많은 수업시간.

처음 접하는 아프리카의 낯선 환경 속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이 밀려올 때마다 선생님들은 ‘교육을 통해 삶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떠올렸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호이, 호이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호이를 통해 성장한 아프리카 선생님들이 함께 한다.

호이의 10년간의 기록을 따라가 보고 교육에서 움트는 놀라운 변화와 성장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 벼랑 끝에서 시작된 삶 그리고 호이(HoE)의 탄생

2008년 11월, 박자연 씨는 무작정 A4용지 2장짜리 사업 계획서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 그녀가 쓴 계획서의 요지였다. 대학시절 법학을 전공해 7년 동안 고시 준비를 해왔던 박자연 씨. 하지만 결과는 늘 불합격이었고, 이후 취업을 위해 100군데 넘게 이력서를 냈지만 답이 오는 곳은 없었다. 온 세상이 절벽이라고 느낄 때쯤 NGO 봉사활동으로 아프리카를 만나게 된 자연 씨,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삶의 마지막 불씨 같은 것이었다.

그녀의 무모한 도전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표해왔다. 2011년, 뜻을 함께하는 교사들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겠다면서 자비를 들여 아프리카 케냐로 날아갔고, 희망이 곧 교육이라는 ‘호이 프로젝트’는 그렇게 태어났다.

# 함께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 ­­­­- 10년간의 호이(HoE) 활동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호이가 오기 전에 저는 자격을 갖춘 교사가 아니라 그냥 일반인이었죠. 하지만 호이가 와서 제 부모님이 되어 줬어요. 제 아버지가 못 해준 걸 호이가 해줬어요. 저를 자식으로 입양해줬죠.” - 조이스 / 케냐 교사 -

거칠고 메마른 땅에 나무가 힘겹게 뿌리를 내리는 일처럼 호이 프로젝트도 초반에는 순탄치 않았다. 먼저 언어가 문제였다. 아프리카 케냐의 교사 중엔 부족어만 알고 영어를 알지 못 하는 이들이 많아 소통이 어려웠고, 그것은 때로 한국 교사들에게 무력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또한 케냐에선 교사에 대한 국가지원이 전무한 상태라, 제대로 된 대학 교육조차 받지 못 한 현지 교사들이 태반이었다. 호이는 그들이 정식 교사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교육을 지원했다. 매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한국 교사들은 십시일반으로 마음을 모았고, 그 결과 여덟 명의 현지 선생님이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교사들은 졸업 후, 고향인 코어로 돌아가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케냐에 이어 호이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우간다였다. 이곳에서 호이는 보다 체계적인 모습을 갖춰 나갔다. 오프로드를 1시간 반씩 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오지 학교를 방문해 현지 선생님들의 수업방식을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제시해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호이가 우간다에 자리 잡은 지 1년, 현지 교사들의 출석률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학생 수도 급증했다. 변화는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 우리는 교육에서 답을 찾는다

“제가 교사로서는 부족한 사람인데 호이를 하면서 심장이 뛰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제 제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 박 에스터 / 서울 신내중학교 교사 -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호이. 한 개인의 작은 발상에서 출발해 사람을 모으고, 마음을 더해 아프리카에 변화를 가져오기까지.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호이의 구성원인 한국 선생님들은 호이 프로젝트를 통해 또 다른 삶을 만나게 됐음에 감사한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현지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교육’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통해 그들 역시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아프리카 교사의 동반성장, 그것은 ‘희망이 교육이며, 그 희망을 가장 잘 퍼뜨릴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교사’라는 큰 믿음 아래 서로에 대한 든든한 응원과 따뜻한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호이와 함께한 아프리카 케냐와 우간다 교사들은 이제 호이의 도움 없이도 효과적이고도 활기찬 자신만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선생님들은 교사라는 직업을 이전보다 더욱 사랑하게 됐다. 교육에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한국과 아프리카를 오가면서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호이, 그 아름다운 분투기를 따라가 본다.

KBS 스페셜, 오는 20일(목) 밤 10시, KBS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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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4-18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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