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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체납자는 잡는데, 생계형 체납자도 같은 잣대인가? 경기인뉴스 박선경 기자 박선경 기자 2026-08-31 17:23:28

세금을 걷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추적과 징수는 강화돼야 한다. 국세청이 체납자의 재산을 추적하고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등 체납관리를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경기인뉴스 박선경 기자


하지만 체납자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모두 같아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수억원의 세금을 고의로 체납하면서 재산을 숨기는 사람과 사업 부진이나 폐업,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세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영세사업자를 단순히 ‘체납자’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세청 역시 체납자에 대한 징수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납부기한 연장, 징수유예, 체납처분 유예 등 세정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모든 체납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강제징수를 하는 것이 국세행정의 원칙은 아니다.


문제는 제도가 있다는 것과 실제 납세자가 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는 데 있다.


영세사업자의 경우 세법과 세정지원 제도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세무대리인을 이용하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자라면 자신이 어떤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체납이 발생한 이후에야 국세청과 접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사업자는 매출이 발생했다고 해서 그 금액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금융비용 등 각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매출 감소와 비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 장부상 세금과 실제 현금흐름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물론 현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세금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금은 법에 따라 납부해야 하고, 고의적인 체납이나 재산 은닉에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오히려 성실하게 세금을 낸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악의적인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강력한 징수는 필요하다.


다만 체납 원인과 납세자의 경제적 상황을 구분하는 것은 필요하다. 국세행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를 걷었느냐’만이 아니다. 어떤 체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징수했는지, 일시적인 자금난에 처한 납세자가 다시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지원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체납관리가 징수 실적 중심으로만 평가된다면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더 많이, 더 빨리 걷는 것’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세행정의 목적은 체납액을 줄이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성실납세를 유도하고 안정적인 납세 기반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행정 목표다.


특히 생계형 체납자나 폐업 위기에 놓인 영세사업자에게는 체납처분을 무조건 강화하는 것보다 분납이나 징수유예 등 활용 가능한 제도를 정확하게 안내하고, 재기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서 국세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납세자가 지원제도를 알고 신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행정에서 벗어나, 실제 체납 원인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 이용 가능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재산을 은닉하거나 타인 명의로 재산을 돌려놓는 등 고의적으로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행위는 일반적인 생계형 체납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결국 공정한 세정은 모든 체납자에게 똑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세법을 적용하되, 체납의 원인과 고의성, 경제적 상황을 제대로 살펴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공정한 체납관리일 것이다.


국세청이 추진하는 체납관리의 방향도 ‘얼마나 강하게 징수할 것인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의적인 체납에는 강력하게 대응하면서도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에게는 정상적인 납세자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세금을 걷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고 국민의 납세는 법적 의무다. 그러나 세정은 숫자만으로 움직이는 행정이 아니다. 그 숫자 뒤에는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도 있고,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진 소상공인도 있다.


체납자를 잡는 국세청의 역할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를 잡을 것인가만큼, 누구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고액·상습 체납자에게는 더 엄격하게, 생계형·일시적 체납자에게는 재기의 기회를. 이것이 납세자가 체감할 수 있는 ‘공정한 세정’의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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